그림 속에는 창백한 사람을 들어 안고 말에 태우려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인데요. 그는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구해 준 사람이죠. 작품은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이에요. 내년 3월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展)에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착한 사마리아인 일화는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어요. '길을 가다 죽어가는 사람을 지나친 사람을 처벌해야 할까?'란 질문이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지나친다면 그것은 분명 비난받아야 마땅한 일이에요. 이 때문에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도 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어요. 이 법을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고 하죠. 한국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어요. 한국에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은 행동을 사람들에게 비난은 받을 수 있어도 처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다 도리어 본인이 위험해질 수도 있고요. 구하고 싶어도 정말 급한 일이 생겨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는 것은 재판관이 이런 것을 다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어요. 버스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거나, 공중화장실에서 새치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받진 않아요. 이런 것은 '도덕'의 영역이기 때문인데요. 모든 도덕을 강제한다면 자유가 지나치게 침해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도덕적으로 지켜야 하는 일 중에 나라에서 강제로라도 꼭 지켜야 하는 일만 법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