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15일, 전남 보성컨트리클럽(파72)에서 제10회 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 배 전국학생골프대회가 열렸다. 미래의 최경주·박인비 선수를 꿈꾸는 골프 꿈나무들이 실력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최종 합계 10언더파 134타)을 기록하며 우승을 거머쥔 골프 신동이 나왔다. 주인공은 광주 평동초 6학년 김민규 군. 민규는 대회 마지막 날 보기 없이 5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로 초등 골프 최강자에 올랐다. 지난 12일 민규를 만나기 위해 골프대회가 열리고 있는 충남 부여의 한 골프장으로 향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키운 골프 선수의 꿈

이날 만난 민규는 무척 지쳐 보였다. 아침부터 내린 비로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천후 속에서도 민규는 대범하게 플레이를 펼쳤고 초등 남자 고학년 부문 3위를 기록했다.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 못 해서 아쉬워요. 하지만 이런 생각지 못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게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출전할 대회를 대비해 더 열심히 연습하려고요."

민규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건 7세 때다. 평소 골프에 관심 있던 아버지 김진우(48세) 씨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김진우 씨는 "당시 민규는 어렸지만, 운동 신경이 좋았다"고 했다.

"민규가 일곱 살 때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어요. 상황은 안 좋았지만, 민규가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게 골프였죠. 골프책과 골프 방송을 보고 기본부터 가르쳤는데,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랐어요. 민규도 재미있었는지 이후로 골프채를 손에서 내려놓질 않았지요."

▲ 대회가 끝난 직후 만난 민규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골프채와 골프공이 손에 쥐이자 이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민규의 꿈은 나눌 줄 아는 세계 정상의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한 민규는 이듬해 입상권에 들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4학년이었던 2011년, 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 배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두각을 드러냈고 이후 2년간 전국 규모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골프 영재로 얼굴을 알렸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민규는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 선발도 확정 지었다. 국가대표 상비군은 대한골프협회가 인정하는 대회 성적을 점수화한 총점을 기준으로 선발된다. 김진우 씨는 "민규는 현재 협회가 인정하는 9개의 대회 가운데 4개를 소화했다. 아직 5개 대회가 남았지만, 총점은 선발 기준을 넘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경주 프로처럼 되고싶어요"

민규는 정식 골프 레슨을 받은 적이 없다. 아버지가 유일한 스승이다. 아버지는 골프 관련 책과 방송 등을 참고해 민규를 직접 지도했다. 훈련은 골프연습장 대신 집 근처 광주 천변에서 했다. 하루 평균 7~8시간 동안 민규는 천변 둔치 잡초밭에서 아버지와 함께 골프채를 휘둘렀다. 어려운 형편 탓에 필드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건 꿈도 못 꿨다. 대회에 참가한 다른 선수들이 편안한 잠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때 민규는 차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민규의 재능은 빛을 발했다. 김진우 씨는 "힘든 상황이지만, 주눅이 들지 않고 따라와 주는 민규가 대견할 따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는 민규를 깨우는 효과적인 방법은 '필드 연습 가자'는 말을 하는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거든요. 물론 깨우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니 미안하죠. 민규는 골프가 제일 좋다고 말해요. 골프를 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대요."

민규의 강점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는 점이다. 특히 감정 조절 능력이 뛰어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간다. 민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이언샷이다. 골프채 종류의 하나인 아이언은 공이 닿는 부분이 쇠로 이뤄져 있다. 민규는 "아이언을 휘둘러 공이 제대로 맞았을 때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했다. 민규의 꿈은 최경주 같은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이다.

"최경주 프로는 실력과 도전 정신,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 롤 모델이에요.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세계 무대에 도전했고 결국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잖아요. 무엇보다 골프 꿈나무들을 위해 크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점이 존경스러워요. 저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최경주 프로처럼 되고 싶어요. 세계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나면 가정 형편이 어려워 꿈을 펼치지 못하는 후배들을 위해 꼭 나눔을 실천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