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들의 반란이 성공한 이유

무신들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농민과 일반 병사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야. 당시 농민들은 문벌 귀족의 횡포 아래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어. 문벌 귀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땅을 넓혀 부자가 되었고, 농민들은 문벌 귀족의 등쌀에 농사짓던 땅마저 빼앗겨 오갈 데 없는 처지였거든. 그래서 농민들은 무신들에게 기대를 걸고서 반란을 지지했단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무신들은 그 기대를 저버렸어. 무신들의 관심은 농민의 생활을 낫게 해 주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잇속을 차리는 데 있었거든. 문신이 독차지했던 재물과 권력은 무신으로 그 주인이 바뀌었을 뿐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었어.

게다가 무신들은 저희들끼리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느라고 농민을 돌보는 데는 별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단다. 그래서 농민들의 생활은 나아지기는커녕 도리어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했어.

정권을 잡은 무신들이 저희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였다고 했지? 이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어. 이고는 이의방에게 죽고, 이의방은 정중부에게 죽고, 정중부는 다시 경대승이라는 무신에게 죽었어. 그리고 경대승이 서른 살의 나이에 병들어 죽자, 정중부의 심복 이의민이 최고 권력자가 되었단다. 왕은 이름만 왕일 뿐 아무런 힘도 없었어.

이의민 다음에는 누가 등장했냐고? 최충헌이란다. 최충헌이 권력을 잡은 뒤로 약 60년 동안은 최충헌의 아들 최우, 최우의 아들 최항, 최항의 아들 최의가 대를 물려 가면서 권력을 휘둘렀어. 최씨들은 왕을 다섯 명이나 갈아 치우고 정치를 마음대로 주물렀단다.

무신 정권 때는 천민 출신으로 출세한 자들이 꽤 많았어.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이의민이란다. 의종을 가마솥에 넣어 연못에 던져 버린 사람 말야. 그는 아버지가 소금 장수, 어머니는 옥령사라는 절의 노비였는데, 무신 정권의 최고 우두머리까지 올라갔어.

오늘날 무신 정권 시대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왜냐하면 무신 정권이었던 백 년 동안 농민과 천민의 봉기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며, 몽골군의 침입으로 온 나라가 황폐해졌거든. 하지만 신분 제도의 굳건한 틀을 넘어 천민이 관리가 된 경우가 꽤 많았던 점만큼은 좋은 평가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이자겸의 반란

▲ 대화궁… 서경의 새 궁궐은 평양성 동북쪽에 자리 잡았어. 이름은 대화궁이라고 했지. 사진은 조선 시대에 만든 ‘해동지도’인데 장안성이라고 표시된 곳이 바로 대화궁이 있던 자리야.

무신 정변이 일어나기 직전, 고려 조정은 몇몇 유력한 문벌 귀족이 좌지우지하고 있었어.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 인주 이씨 집안인 이자겸이야. 이자겸은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휘둘렀어.

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였는데, 자기의 두 딸을 외손자인 인종과 결혼시켰단다. 이렇게 왕의 외할아버지인 동시에 장인이 된 이자겸은 세상에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 갈수록 이자겸이 두려워진 인종은 이자겸을 없애려 했어. 그러나 낌새를 알아챈 이자겸이 선수를 쳐서 반란을 일으켰지. 이자겸은 외손자인 인종을 자기 집에 가두고 정치를 마음대로 주물렀단다. 그러자 세간에는 '십팔자(十八子)가 왕이 된다'는 소문이 떠돌았어. '십팔자'를 합치면 '이(李) 자가 되니, 곧 이자겸이 왕이 된다는 뜻이었지. 그러나 이자겸의 권세는 오래가지 못했어. 인종은 정지상과 김부식으로 하여금 이자겸을 쫓아내게 했어. 이자겸을 쫓아내는 데 힘을 모았던 정지상과 김부식은 뒤이은 서경 천도 운동에서는 적이 됐단다.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

▲ 인종 시책… 인종에게 공효 대왕이라는 시호(죽은 뒤에 그 공덕을 칭송하여 붙이는 이름)를 올리는 글이야. 옥에 새겼기 때문에 옥책이라고도 해. 옥책은 고려 시대 왕의 생활을 아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단다.

묘청은 서경(지금의 평양) 출신의 승려였어. 그는 당대의 권세가인 이자겸을 제거하는 데 공을 세우고 17대 왕인 인종의 고문이 됐단다. 그는 문벌 귀족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인종을 설득했어. 개경은 문벌 귀족들이 판치는 곳이니, 개경을 떠나 서경을 새 수도로 삼자고 했지. 개경은 이미 기운이 다했으니 서경으로 가면 주변국들이 모두 머리를 조아릴 것이라고 말이야.

또, 중국처럼 왕을 황제라고 부르고, 연호도 중국을 따라 쓰지 말고 독자적으로 써야 한다는 '칭제건원'을 주장했어. 나아가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와 화친하지 말고, 여진을 정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그러자 윤언이, 정지상, 백수한 등이 묘청의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어. 문벌 귀족들에게 싫증이 나 있던 인종은 묘청의 말에 솔깃하여 서경에 새 궁궐을 짓게 하고, 서경 천도를 꿈꾸었단다.

그러나 서경 천도는 여러 문벌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 왜냐고? 만약 대한민국의 수도를 서울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한번 상상해 보렴. 그건 단지 수도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 중심이 바뀌는 어마어마한 일이 돼. 마찬가지로 당시 개경의 문벌 귀족들에게 서경 천도는 곧 자신의 세력 기반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엄청난 사건이었던 거야.

서경 천도 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묘청은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켰어. 그러자 반란을 진압할 토벌군이 출발했단다. 토벌군의 총사령관은 김부식이었지. 김부식은 개경에 남아 있던 정지상과 백수한을 죽이고 서경으로 떠났어. 묘청은 죽고 반란은 진압되었지. 김부식은 반란을 진압한 공으로 공신 칭호를 받고서 최고의 관직과 명예를 얻었어.

앞에서 얘기한 이자겸의 반란과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은 모두 문벌 귀족들 사이의 권력 다툼이 극심해진 가운데 생겨난 사건들이야. 그리고 이 두 사건은 무신 정변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열쇠가 된단다.


책과함께 어린이 제공·한국사 편지(박은봉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