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 자정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던 시각. 반짝이는 불빛으로 표현된 호랑이 한 마리가 까만 밤하늘에 등장했다.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인근 상공(上空)에서 펼쳐진 '드론 라이트쇼(light show)'의 한 장면이다. 호랑이와 불꽃 무늬를 수놓은 건 LED 조명이 달린 드론 600여 대. 이날 행사는 드론 전문 업체 '유비파이'의 임현(36) 대표 감독 아래 진행됐다.

유비파이는 세계적인 드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미국, 캐나다 등 20국 이상에 라이트쇼 전용 드론을 수출하며 세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2020년 6·25전쟁 제70주년 기념식 공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된 코로나 극복 드론 플래시몹 등 굵직한 행사도 거쳤다.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유비파이 사무실에서 만난 임 대표는 "드론쇼가 성행(盛行)할 줄은 꿈조차 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 하자… 드론 1000대 동원한 라이트쇼 성공

Q. 드론 업체 유비파이를 설립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드론을 연구, 개발했던 제 경험을 살려 창업했어요.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에서 시작한 건데요. 처음엔 컴퓨터에 재능이 있어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로봇에 빠졌어요. 이후 전기공학, 로봇, 무인 항공기 연구로 석·박사 과정을 거쳤죠. 드론 개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수학이더군요. 행렬과 선형대수학 등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 기체(機體)를 띄우는 과정에서 필요하죠. 저도 이 일을 시작하면서 수학 공부를 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였답니다.

Q. 드론 라이트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A. 드론쇼는 창업 당시엔 염두에 두지 않았던 영역이에요. 처음엔 경주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진 드론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하늘 위에 오륜기가 드론으로 표현되는 걸 보고 '우리는 왜 못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개최한 올림픽에서 미국 인텔사(社)의 드론쇼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드론 라이트쇼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시작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세계 무대에 우뚝 섰네요.

A. 2018년 겨울부터 밤낮으로 개발에 몰두했어요. 2019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IFO(군집라이트쇼드론)를 선보인 이후 200대를 동시에 날리는 데 성공했어요. 이어 300대, 400대로 조금씩 늘려가다 그해 9월 1000대를 이용한 라이트쇼를 하면서 해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죠.

"드론 분야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

Q. 드론 수백 대를 날릴 땐 신경 쓸 부분이 많겠어요.

A. 먼저 공중에서 보여줄 메시지를 정해요.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디자이너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죠. 중요한 건 컴퓨터 프로그램이에요. 애니메이션을 실제 드론이 움직일 수 있는 경로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죠. 드론은 위치를 정해주면 부딪히지 않도록 계산해 스스로 움직여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덕분입니다.

안전을 위한 체크도 필수예요. 드론을 띄울 땐 '위성 항법(인공위성을 이용해 배나 비행기가 항로를 결정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전파 방해는 없는지, 위성이 고장 나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피죠. 비행기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승인 절차도 거쳐야 하고요. 드론끼리 부딪혔을 때도 추락하지 않도록 통신망을 삼중(三重)으로 설정해 놓는답니다.

Q. 드론쇼가 인기를 얻는 비결은요.

A.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예를 들어, 현재 자율주행차가 등장했지만 운전은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드론쇼는 사람이 절대 할 수 없죠. 수많은 사람이 하늘을 동시에 날 순 없으니까요. 길을 걷던 사람이 발걸음을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기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드론 분야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꾸준히 노력해서 드론으로 하늘에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수준까지 도전하고 싶습니다.

→ 여러분은 드론으로 어떤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은지 글·그림으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