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현지 시각),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어 "10월 14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어요. 호주 대륙에 6만 년 이상 거주한 원주민 '애버리지니(Aborigine)'를 헌법상 인정할지 결정하는 투표죠.

주인 없는 대륙에 건설했기에 주인이어서는 안 됐던 호주 원주민

현재 호주는 1788년 영국인들이 건국했어요. 영국인들이 당시 호주 원주민을 봤던 시각은 현재까지도 호주 헌법에 고스란히 녹아 있죠. 당시 영국인들은 '주인 없는 땅에 국가를 세웠다'는 논리로 호주를 건국했습니다. 호주에는 주인이 있으면 안 됐기에 원주민들은 주인이 될 수 없었죠. 헌법에는 국민은커녕 오히려 '원주민 차별 조항'이 생겼어요.

헌법에 국민으로 명시되지 않았기에 기본 주권인 투표권도 없었어요. 차별 조항이 있어도 원주민을 대변할 헌법 기구가 없어 대응할 수도 없었죠. 1967년 5월 27일, 호주 정부는 원주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90% 이상이 찬성했습니다. 그제야 원주민도 호주 국민의 권리와 의무 일부를 부여받았죠. 하지만 여전히 헌법에서 법적 지위는 달랐어요.


마오리족과 관광자원 개발하는 뉴질랜드와 대조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도 원주민과 함께 살고 있지만 호주와 달리 원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했어요. 특히 바로 옆 나라인 뉴질랜드 정부는 일찌감치 원주민인 '마오리족'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죠. 또 1867년부터 입법 기구인 의회에 마오리족을 대변하는 공식 의석을 만들어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어요.

반면 호주 원주민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기구나 의석이 없어 역사·문화·언어를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내기조차 어려워요. 또 과거 차별 조항의 일환이었던 '원주민 개화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힘듭니다. 호주 정부는 원주민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1970년대까지 원주민 언어를 금지하며 그들의 자녀를 부모와 강제로 분리해 백인 가정에 입양 보냈죠. 2007년에야 호주 정부는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인정하며 보상을 시작했어요. 2008년 호주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의회에서 대변할 법적 기구가 없어 적극적인 보상이나 보호가 이뤄지진 않고 있답니다.

이번 개헌안에 대해 호주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요. "이미 권리는 국민과 동등하게 주고 있기에 원주민에게 과도한 권한을 줘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고, "국가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