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의 유익한 벗이 되다

1937년 일제강점기 당시 희망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어린이조선일보는 국내 최초(最初), 최고(最古)의 어린이신문입니다.
‘어린이의 유익한 벗,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자.’
어린이조선일보가 80년을 넘게 지켜온 창간 정신입니다.
강산이 수차례 바뀌어도 어린이조선일보는 묵묵히 이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머지않아 창간 100주년 때는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신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소년조선일보’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날입니다. 조선일보사는 이날 자 석간 3면에 ‘少年朝鮮日報(소년조선일보)’라는 문패를 달고 어린이신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이전에도 조선일보 가정란이나 부인란에 종종 어린이를 위한 기사가 실렸지만, 지면 전체가 어린이 이야기로 채워진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날 지면에는 최병화 작가의 동화 ‘바보 두사람’과 8컷 연재 만화 ‘방울이와 도적놈’ 등이 실렸습니다.

소년조선일보 공식 창간일입니다. 이전까지는 조선일보 뒷면에 부록 형태로 발간됐지만, 이날부터는 별도 지면으로 독자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선의 미래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달렸다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어린이신문 제작에 공을 들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937년 1월 10일자 조간 1면에 ‘소년판을 내면서’라는 내용의 순한글 사설(社說)을 싣고 어린이신문의 발간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소년판의 부록은 오늘로써 첫 자태를 내어 놓습니다. 거기서 선생을 모시고 또 거기서 동무를 찾을 수백만의 우리 어린이들은 응당 기뻐 맞이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첫 호부터 두호 세호 내지 천호 만호가 나가는 동안 이 소년판은 여러 어린이들과 함께 자라고 커갈 것입니다. 그렇게 의좋게 커가는 동안 이 조선도 점점 더 커갈 것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견스럽기 끝이 없는 일입니다. 이 소년란은 여러분 어린이의 유일한 벗입니다.’

이후 소년조선일보는 매주 일요일 별지 형태로 발행됐습니다. 타블로이드판(일반 신문 크기의 절반) 네 면에 어린이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소년조선일보의 첫출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40년 8월 10일 조선일보 강제 폐간과 운명을 함께했습니다. 소년조선일보 폐간호에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 화보가 실렸습니다. ‘신문은 잠시 멈추지만, 우리 민족의 자긍심은 잊지 말자’는 이야길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본사에서는 오늘부터 일요일마다 타블로이드 사(四) 페이지의 ‘소년조선일보’를 부록으로 부활 발간하여 월정구독자 여러분에게 보내드리기로 하였읍니다. 이 소년조선일보는 일제의 언론탄압으로 본보가 폐간될때 같이 발간을 못하게 된 것인데 이번에 부활되는 것으로 애독자 가정의 소년 소녀들의 유익한 벗이 될 것입니다.’

6·25전쟁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5년 1월 23일, 조선일보는 조간 2면에 소년조선일보의 부활을 알리는 소식을 실었습니다. 이후 소년조선일보는 매주 일요일 자 조선일보 4면에 부록 형태로 발행됐습니다.

이후 소년조선일보는 어린이를 위한 야심 찬 코너를 연이어 내놓습니다. 동화 ‘어린왕자’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된 것도 바로 소년조선일보를 통해서였습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지은 어린왕자는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등 심금을 울리는 명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안응렬(1911~2005) 전 한국외대 교수가 번역한 어린왕자는 1956년 4월 1일(일요일) ‘소년조선일보’ 면에 첫 회가 실렸습니다. 이어 5월 17일까지 총 44회에 걸쳐 조선일보와 소년조선일보 면에 번갈아 연재됐습니다. 안 교수는 소년조선일보와 조선일보에 ‘장화 신은 고양이’ ‘미녀와 야수’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많이 연재했습니다.

소년조선일보의 공식 복간일입니다. 1940년 폐간 이후 줄곧 조선일보의 부록 형태로 발간되다 이날로써 독립적인 성격의 일간(日刊) 신문이 됐습니다. 이날 발행한 신문 1면에는 ‘제1호’라는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지면은 조선일보와 같은 크기의 대판이었습니다. 총 두 면으로 제작됐습니다. 복간 첫 호에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기사와, 4컷 만화 ‘오륙이’, 역사 소설 ‘소년 삼국지’, 연재만화 ‘용감한 피터’ 등이 실렸습니다. 학부모 독자의 의견을 받아 ‘어머니 노우트(노트)’라는 고정 코너도 연재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 선생은 당시 소년조선일보 편집기자로 일했답니다. 조선일보 편집국 주요 간부들이 그대로 소년조선일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전사적으로 많은 이가 소년조선일보의 발행을 위해 힘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단이 처음 탄생한 날입니다. 이날 신문 1면엔 ‘어린이 명예기자 전국 각지서 37명 뽑아. 자기 고장 자기 학교 뉴스 전하는데 크게 활약’이란 머릿기사와 함께 명예기자로 선정된 어린이들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명예기자 제도는 어린이 독자와 신문 제작을 함께하자는 뜻에서 시작됐습니다. 영광의 첫 명예기자단은 모두 국민학교(당시 초등학교) 5학년 생이었습니다. 전국 어린이가 보는 신문에 얼굴이 실리다니, 얼마나 신났을까요? 이때 명예기자로 활약했던 어린이들은 이제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습니다.

어린이조선일보가 창간 81년 만에 대변신을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제호’와 ‘판형’ 변경.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소년조선일보’란 이름을 떠나보내고 ‘어린이조선일보’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지면 크기도 기존의 절반인 ‘타블로이드’로 변경했습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한눈에 살펴보기 좋도록 바뀐 겁니다. 이 같은 큰 변화를 꾀한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50년, 100년 후 어린이조선일보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러분을 위한 신문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어린이 곁에 묵묵히 서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린이 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