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0％는 바다로 채워져 있어요. 놀라운 사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무려 80％가 바다에 산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인간이 자원으로 활용하는 바다 생물은 고작 1％에 불과해요. 바다는 아직 미지(未知)의 세계인거죠.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려면 값비싼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바다 생물과 생명공학 기술이 만나 탄생한 '블루바이오(Blue bio)' 분야도 발전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어요. 바이오 산업 전체에서 블루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랍니다. 그만큼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예요. 특히 삼면(三面)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블루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에 아주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어요.


음식도 되고 화장품도 되고

블루바이오는 크게 4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에너지 분야가 있어요. '화이트바이오'〈어린이조선일보 4월 26일자 6면〉에서 알아본 바이오 연료와 똑같지만 육지 식물이 아닌 해양 식물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어요. 오히려 육지의 바이오매스보다 해양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것이 장점이 많아요. 둘째는 의약품 분야예요. 해양 생물이 가진 물질을 추출해 만든 약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해요. 셋째로 음식과 관련된 식품 분야가 있어요. 해양 생물을 더 튼튼하고 빨리 자라도록 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같은 화학 제품과 화장품 분야가 있답니다.


해양 식물은 친환경 에너지 재료예요

'조류'라고 들어봤나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鳥)가 먼저 떠올랐다고요? 조류(藻類)는 바닷속 식물 중 아주 단순한 생리작용으로 살아가는 식물을 의미하기도 해요. 맛있는 미역이나 김, 다시마도 조류의 한 종류예요. 이렇게 눈에 보일 정도로 큰 조류를 '거대 조류'라고 하고, 플랑크톤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조류를 '미세 조류'라고 해요. 특히 미세 조류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미세 조류를 발효시켜 연료를 생산할 수 있어요. 이렇게 생산한 연료가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이에요.

조류의 특별한 장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사람이 식량으로 먹을 수 있는 육지 식물이 아닌, 바닷속 미세 조류를 사용해 바이오 연료를 만든다는 점이에요. 지구 어딘가에서 굶주림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인간의 식량을 사용해서까지 연료를 만드는 건 옳은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미세 조류는 이런 걱정을 덜어 줄 수 있지요.

또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과학자들이 같은 면적의 땅과 바다에서 나오는 원료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양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어요. 콩·옥수수·사탕수수 그리고 미세 조류를 재배해 에너지 생산을 시뮬레이션해 본 거죠. 그랬더니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콩이 1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했다면 미세 조류는 무려 40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었어요.


바다 생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해요

바다 생물만이 가진 물질에 바이오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약을 만들 수 있어요. 대표적인 약으로는 2005년 미국에서 개발한 '프리알트'라는 진통제가 있어요. 아열대 바다에 사는 청자고둥, 일명 '바다 달팽이'라는 동물이 있어요. 이 바다 달팽이는 먹이를 잡을 때 독침을 사용하는데, 침을 맞은 먹잇감은 몸이 굳어서 도망칠 수 없다고 해요. 이 독침 속 독성 물질을 사용해 만든 진통제가 '프리알트'라는 약이에요. 바다 달팽이 말고도 해면·산호·멍게·이끼벌레 등 여러 해양 동물에게는 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먹잇감을 얻기 위해 쓸 수 있는 독소(毒素)가 있어요. 과학자들은 이 독소를 활용해 진통제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抗)바이러스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제, 면역계에 이상이 생긴 것을 고쳐 주는 면역 조절제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답니다.

▲보스턴대학교 생물학 학사
▲연세대학교 약학대학원 석사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