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문제 풀이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만든다고?
글·사진=신자영 기자 jyshin1111@chosun.com 입력 : 2022.08.31 00:01
‘세계적 수학자’ 김민형 교수와 함께 살펴본 ‘수학 교수법 논쟁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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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쉬운 학문이 아니다. 이른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탐구 활동을 통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등 다양한 교육법이 개발되고 있다. 호주 정책연구기관 독립연구센터(CI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수학 교육을 망치는 신화(Myth)'<사진>에서 근거 없는 7가지 교수법을 소개했다. 수학 교육 현장에서 유행하는 방식이 학생에게 비(非)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보고서가 맞는다는 증거 또한 없다. 해당 보고서를 일독(一讀)한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학 석좌교수 겸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은 "내용이 실용적이어서 교육자들이 참고할 만하다"며 "우리나라 수학 교육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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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다 개념 먼저” VS. “둘을 동시에 가르치는 게 효과적”

많은 이들은 개념이 먼저 학습되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믿는다. 학교 수업에서도 개념적 이해가 선행된 후 문제 해결법을 알려주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개념’과 ‘절차적 지식(문제 해결법)’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며 “둘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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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리즘 가르치는 건 해롭다” VS. “정해진 규칙대로 문제 풀어야”

수식(數式)의 계산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하되,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하게 돼 있다. 사칙연산(四則演算)을 정해진 순서대로 계산하는 것을 알고리즘이라 한다. 111+1×2의 경우, 1×2=2를 구한 다음, 111를 더한 113이 정답이 된다. 연산의 우선순위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아이들이 “왜 곱셈을 덧셈보다 먼저 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원래 규칙이 그러니까”라고 가르치는 것은 이들의 탐구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해당 신화의 핵심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정해진 규칙을 활용하고 정석대로 문제를 푸는 아이들의 수학 능력이 뛰어날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03
 “탐구 학습이 최선” VS. “지식 충분히 갖췄을 때 탐구가 효과적”

교사가 직접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원주율’ 등과 같이 ‘3.14’라는 공식을 활용한 문제를 설명하기 전, 왜 이런 숫자가 나오는지 ‘호기심’을 갖는 탐구 학습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일부 학생은 탐구학습으로 (수학 과목에서) 성공할 수 있지만 그들의 성공은 예외적”이라고 반박했다. 탐구 학습은 오히려 ‘지식’이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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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제(難題) 통해 창의력 기를 수 있어” VS. “어려운 문제 푸는 건 시간 낭비”

학생들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통해 ‘투지(鬪志)’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낭비적’이라고 주장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난제가 아닌 ‘적절한 도전 경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절한 도전 경험이란 다양한 상황에서 풀이법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초적인 개념과 절차적 지식을 단단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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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형 사고방식’이 성취력 높여” VS. “심리 이론, 수학 교육에 적용 힘들어”

타고난 능력보다 ‘노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흔히 말한다.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은 실패보다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반대로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은 어려운 도전을 피하고 실패한 과제는 피하거나, 자기 능력으로 불가하다는 결론을 짓는다. 보고서는 “사고방식만으로 수학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는 부족하다”며 “이를 포함한 심리학적 연구가 수학 교육에 적용되긴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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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행 기능을 훈련하는 것도 중요” VS. “수학 문제 푸는 게 더 효과적”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란 자기 행동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컨대 ‘틀린 그림 찾기’나 ‘숨은 그림 찾기’는 집중력과 기억력 강화에 도움된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러한 훈련이 수학적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수학적 개념과 관련 있는 문제 풀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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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은 수학 공포증을 일으킨다” VS. “시험은 필수, 학생 간 비교 말아야”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한 시간을 둔 ‘시험’은 학생들로 하여금 ‘속도’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해 수학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시험은 학생들의 수준 파악을 위한 필수적 평가 요소”라며 “대신 시험이 학생 사이에서 ‘비교’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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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관심사에 수학적 개념 접목… 공부가 재밌어질걸요?”
 고난도 문제 풀이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 만든다고?
김민형 교수가 말하는 ‘수학 학습법’

지난 26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를 방문했다. 호주 보고서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김민형 교수가 도움말을 해줬다. 김 교수와는 지난 2월 ‘줌터뷰’로 만난 적이 있다〈2월 21일자 1면 참조〉. 여름방학마다 한국을 방문한다는 그는 고등과학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는 개념 학습에 대해 “문제를 풀기 전 개념 정리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막연히 부딪혀보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달리기할 때, 어떻게 달리는 게 효율적인지 고민하기보다 시행착오를 통해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좋아하는 분야에 맞춰 동기(動機)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주에 관심이 많다면 어떤 별이 몇 광년 떨어져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별들은 몇 개가 있을지, 그 별의 밀도는 어느 정도일지 등을 생각해보라”며 “나만의 관심사를 수학적 개념과 연관시킨다면 더 재밌게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