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을 감상하는 국내외 팬들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30년 우리나라 웹툰 시장은 601억 달러(약 78조87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됐는데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 K웹툰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콘텐츠 1위로 뽑히기도 했답니다.

‘웹툰 열풍’과 달리 ‘K웹툰’의 속사정은 아름답지 않아요. 2022년 7월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45억회를 기록한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 작가가 뇌출혈로 사망하자 웹툰 작가의 작업량이 과도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공개한 웹툰 작가의 심신 건강과 노동 수준을 보면 웹툰 작가들은 쉬는 날 없이 하루 평균 10시간 작업합니다. 완성 원고를 보내야 하는 마감 전날에는 12시간 넘게 일하기도 했죠. 이는 작품 경쟁력과 독자 확보를 위해 플랫폼에서 웹툰 한 편에 들어가는 컷수를 늘렸기 때문이에요. 10년 전에는 45~50컷이 평균이었지만 최근에는 평균 70컷을 요구하고 있죠.

평범한 회사원들과 달리 웹툰 작가는 일이 끊겨도 법적인 도움도 받기 어렵습니다. 2020년 웹툰 작가도 실업급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생겼지만 이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모든 작업을 혼자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70컷이 넘는 웹툰을 일주일에 한 편씩 혼자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채색이나 배경 등을 돕는 보조 작가들이 꼭 있어야 하거든요.

3월 11일 유명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의 원작자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전에 그를 괴롭힌 ‘2차 저작권’ 때문이었죠. ‘2차 저작권’은 기본 저작물을 변형, 각색해 영상 등으로 제작한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말해요. 이우영 작가는 검정 고무신의 원저작자지만, 2차 저작권의 소유권은 회사가 갖고 있었어요. 이우영 작가는 인기리에 방영된 검정 고무신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의 수익을 거의 받지 못했답니다.

창작자의 2차 저작권을 회사가 갖는 계약을 업계에서는 ‘매절 계약’이라고 해요. 회사가 창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준 뒤, 이후 발생하는 추가적인 수입은 모두 회사가 갖는 방식이죠. 매절 계약은 만화·출판 업계의 오래된 골칫거리입니다. ‘구름빵’을 쓴 백희나 작가 역시 해당 작품이 크게 성공했음에도 2차 저작물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 해당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출판사와 계약을 종료했죠. 결국 해당 작품은 더 이상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는답니다.

이에 만화 작가들이 공정한 계약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작가들이 불공정한 계약인지 확인할 수단이 생기는 거예요. 표준계약서에는 작가들의 휴재(휴식)권과 회차별 최소·최대 분량 설정 기준은 물론 2차 저작물 작성·이용 권리 내용을 구체화하는 등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할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