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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부채가 2023년 1월을 기준으로 한도(31조3810억 달러)에 다다랐어요. 부채 한도를 넘으면 국가 부도 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경제학자와 전문가가 '1조 달러짜리 백금 기념주화(Trillion dollar platinum coin)'를 발행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돈을 더 받자는 재미있는 의견을 내기도 했어요. 많은 전문가는 이 방법을 반대하고 있어요. 1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조 달러 기념주화를 만드는 일은 없다"며 "연준이 이 주화를 받아줄 이유 또한 없다"고 말했는데요. 큰 단위의 화폐를 만들면 나라에 돈이 많아지는데, 왜 반대하는 것일까요?

한 나라 안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을 통화량이라고 해요. 그런데 만일 통화량이 급증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돈이 너무 많아져 그 가치가 떨어져 물가가 오르는 거죠. 반대로 통화량이 줄면 돈이 귀해져 돈 사용이 줄어들지요. 이는 곧 경제 위축으로 이어져 나라의 경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해요. 기준금리라고 불리는 이자율을 변동해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을 적절히 유지하는 거죠. 이자가 높으면 돈 빌리는 사람이 줄어 시장에 유통되는 돈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이자를 낮추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아져 다시 화폐가 많이 풀리게 되죠.

1조 달러 기념주화 발행은 편법을 이용하는 거예요. 기념주화는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미국 재무부는 기념주화를 만들고 그 금액을 정하는 권리를 갖고 있거든요. 재무부가 1조 달러 기념주화를 발행해 연준에 맡기고 그만큼의 돈을 받아 시장에 공급하자고 주장한 거예요. 그러나 실제로 거액 화폐를 발행했던 사례 중 이득보단 부작용이 훨씬 많았답니다.

과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연합국에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했어요. 돈이 없던 독일은 현금을 마구잡이로 발행하고 '1조 마르크 동전'까지 만들었는데요. 이로 인해 당시 0.3마르크에 판매되던 신문 한 부는 2000억 마르크, 빵 1㎏에 4300억 마르크까지 올랐어요. 돈은 넘쳐나고 물건은 부족해 화폐의 가치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랍니다.

→ 만약 여러분이 지폐 또는 동전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요? 디자인한 화폐와 금액을 그림으로 설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