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금융을 나누는 기준은? <下>

민준이 외삼촌은 민준이의 표정을 살핀 후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돈이 더 생겼음을 보여 주는 최종적인 숫자에만 관심을 둔다면 둘은 같겠지. 그런데 돈을 벌려면 애를 써야 돼. 직장에 다니든 창업을 하든 저절로 돈이 벌리지는 않아. 그리고 돈을 벌려는 사람은 목표가 있기 마련이야. 반면에 돈을 불리는 건 거의 운에 달린 문제야. 돈 불리기엔 다른 목표가 없지. 그저 더 많은 돈만이 유일한 목표일 뿐,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어. 돈 벌기가 '경제'라면 돈 불리기는 '금융'이야. 돈 불리기는 예전엔 경제의 일부로 간주하지 않기도 했었어.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국내총생산에서 금융업을 아예 빼놓고 계산했거든."

민준이는 자기가 했던 퀘스트가 생각났다.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았지만 보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운을 민준이가 직접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민준이에게 닥칠 뿐이었다. 민준이는 외삼촌이 하려는 얘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외삼촌, 가상 세계 캐릭터들은 진짜 사람이에요?"

민준이 외삼촌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아, 대부분은 우리 회사 직원들이었어. 우리가 끌어들인 사용자들도 일부 있었지. 그렇지만 모두가 진짜 사람이었던 건 아니야. 그중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캐릭터도 있었거든."

민준이는 인공지능이란 말이 낯설었다.

"인공지능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그렇다고 완전히 기계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아. 인공지능을 만들 때 실제 사람이 말하는 걸 바탕으로 학습을 시켰거든. 그러니까 실제 사람의 쌍둥이인 셈인데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는 않고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뭐랄까, 이를테면 디지털 쌍둥이랄까?"

민준이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가 만났던 캐릭터 중에도 인공지능이 있었나요?"

"너랑 퀘스트를 했던 캐릭터 중에도 하나 있었잖니, 루아. 루아는 서오구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초등 5학년 여학생의 디지털 쌍둥이야. 인공지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교육지원청에 요청을 했더니 그 학생을 추천받았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똑 부러지고 예쁜 친구라고 들었는데…."

주말이 돌아왔다. 민준이는 유세혁, 조형규와 아침 일찍 만났다. 셋이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야, 빨리 와!"

앞서가던 조형규가 소리쳤다. 민준이는 숨이 찼다.

"가고 있어. 야, 잠깐만 멈춰 봐."

조형규는 민준이의 말에 멈춰 섰다. 숨이 차기는 조형규도 마찬가지였다.

민준이는 힐끔 뒤를 돌아봤다. 한참 뒤처진 유세혁이 헉헉대며 발을 놀리고 있었다. 민준이는 유세혁에게 힘내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세혁아, 여기 있을 테니 얼른 와! 같이 가자!"

곧 민준이와 유세혁은 조형규가 기다리는 곳에 다다랐다. 어느 정도 숨을 돌린 유세혁이 민준이에게 물었다.

"네 자전거 한번 타 봐도 돼? 내 거보다 잘 나가는 거 같아."

민준이는 움찔했다. 외삼촌이 사 준 자전거는 민준이가 요사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물건이었다. 빌려줬다가 혹시 자전거가 망가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멀리 가지는 말고, 이 근처에서 조금만 타 봐."

샘이 난 조형규가 말했다.

"야, 나도 한번 타 보면 안 돼?"

민준이는 소심하게 말했다.

"너도 조심해서 한 번만 타. 넘어지면 안 돼."

"걱정 마. 자전거 타는 건 우리 셋 중에서 내가 짱이잖아."

유세혁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대며 조형규에게 물었다.

"네가 왜 짱인데?"

"내가 우리 중에 제일 빨랐잖아."

"그거야 네 건 가벼운 도로용 자전거고 내 건 무거운 산악자전거라 그런 거잖아. 내가 너 거 같은 걸 타고 왔으면 너보다 한참 빨랐을 거라고."

"그럼 한번 바꿔서 타 볼래? 결과는 보나마나야."

유세혁과 조형규는 티격태격했다. 민준이는 친구들의 말싸움을 보며 웃었다. 짧은 거리를 빨리 가려면 혼자 오는 게 나았다. 하지만 혼자였다면 누구라도 여기까지 왔을 것 같지 않았다. 민준이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든든했다.

"이제 다시 출발할까? 저 앞에 보이는 데까지 누가 먼저 가나 내기다!"

민준이와 친구들은 새로운 길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