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고학자들은 고추가 남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자라났다고 보고 있어요. 볼리비아와 브라질 접경에 있는 산악지대에서 고추가 처음 나왔고, 중앙아메리카를 넘어 북아메리카까지 고추가 전파됐다는 거지요. 근방에 살던 원주민과 새들이 고추 종자를 이곳저곳으로 퍼뜨리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추측돼요.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북아메리카까지 대륙을 넘어 종자가 퍼진 것은 새의 역할이 컸어요. 새는 고추 안에 든 캅사이신의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고, 먹이를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는 습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많은 고추를 먹을 수 있는 데다 씨앗을 그대로 배설할 수 있어요.

새에 의해 여러 곳으로 옮겨진 고추를 인류가 직접 '요리'해서 먹기 시작한 것은 약 8000년 전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약 6000년 전부터 고추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고추가 본격적으로 세계에 퍼진 것은 유럽에 전파된 후입니다. 당시 유럽에 고추를 전파한 건 아메리카를 발견한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였어요. 그는 1493년 아메리카를 여행하던 중 고추로 요리해 먹는 사람들을 보고 스페인으로 고추를 가지고 갔죠. 콜럼버스는 당시 자신의 일기에 '고추는 후추보다 더 맛있는 향신료'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이후 16세기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교역하던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아시아로 전해졌고, 고추는 아시아에서도 활발하게 재배됐지요. 시간이 갈수록 고추의 매운맛은 다양한 향신료와 더해져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 나갔어요.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떻게 고추가 처음 전해졌을까요? 여러 자료를 종합해봤을 때,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돼요.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의해 전래됐다는 '일본 유입설'이 가장 유력하지요. 일본 유입설은 16세기 일본 문헌인 '초목육부경종법'에 근거해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고추를 전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는 거죠. 우리나라 최초로 고추를 기록한 '지봉유설(광해군 6년)'에서도 일본에서 전래된 고추를 '남만초' '왜겨자'라고 부르며 '독이 있는 식물'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1850년대에 쓰인 문헌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일본으로부터 담배·호박과 함께 고추가 도입됐다고 적혀 있죠.

한편 앞에서 알려진 사실과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먹던 고추를 일본으로 전했다는 기록도 있어요. 일본 승려들이 기록한 '다몬인 일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고추 종자를 가져왔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이 내용은 중국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왔고, 일본으로 전파했다는 '북방 유래설'을 뒷받침합니다. 또 일본 에도시대 때 고추를 '고려 후추'라고 부르며 조선에서 가져왔다거나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조선의 고추를 가지고 돌아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정확한 유래인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