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스탠바이, 큐!"

감독의 지시에 10명의 스태프들이 카메라와 조명을 켜고 영화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들은 정해진 동선에 따라 연기를 했고, 이를 유심히 살펴 본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오케이, 촬영 끝"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실제 영화 제작자가 아닌, 미래의 영상 전문가를 꿈꾸는 서울영상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제2의 봉준호가 되기 위해 자신만의 콘텐츠 제작이 한창이다. 7월 10일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엔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밖에 없었다.


한 손에 쥔 카메라로 영화·드라마 뚝딱

서울영상고엔 ▲영상 콘텐츠과 ▲영상 미디어과 ▲영상 경영과 총 3개 학과가 있다. 이 중 영상 콘텐츠과 학생들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작에 참여할 순 없는 노릇.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김온유(남·18) 군은 "아무리 영상을 멋있게 찍어도 결국 내용이 재밌지 않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며 "당장의 촬영 기술보단, 시나리오를 쓰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 쓰기에 익숙해졌다면 이젠 영상학을 공부할 차례다. '영상 제작 기초학' '영화적 용어' 등 이론·실습까지 거쳐야 이제껏 배운 지식을 총동원할 기회가 생긴다. 바로 단편영화 제작이다. 영상 콘텐츠과 재학생 김상현(남·18) 군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서 생긴 부작용을 단편영화 '가시광선'으로 만들었다"며 "처음엔 시행착오가 많은 탓에 학과 친구들과 1년 동안 촬영·편집에 매달렸지만, 사비를 털어가며 무명 배우까지 고용한 덕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까지 익혀야 제작자로서의 '감' 깨쳐

콘텐츠 제작에선 '연기 공부'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직접 화면 속에 등장해 봐야 연출자가 어떤 장면에서 클로즈업 샷(인물의 일부를 화면에 크게 나타내는 기법), 바스트 샷(인물의 머리와 가슴 부분까지를 촬영) 등 어떤 촬영 기법을 쓸지 이해할 수 있어서다. 직접 카메라 앞에 서 대본을 들고 연기한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화면으로 보니, 극중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구도법을 깨칠 수 있었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그렇게 점점 제작자로서의 '감'을 익혀 간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내용 구성부터 촬영 방식까지 다른 만큼 이런 감은 각각의 성격에 맞게 촬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이상비(여·17·영상콘텐츠학과) 양은 "한 편에 끝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차로 나뉘기에 분량 조절이 필수"라며 "어느 정도까지 찍었을 때 몇 회차까지 방영 가능한지 그리고 조절한 분량 속에서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경험이 향후 10년 뒤 좋은 연출가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