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 대응법, 기자가 직접 배워보니]

"손 들어!"

칼을 든 괴한이 소리치며 달려듭니다. 기자에겐 아무런 보호 장비가 없습니다. 있는 거라곤 달랑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 고민할 새 없이 재빨리 폰을 무기 삼아 괴한의 팔을 가격해 칼을 떨어트리게 했습니다. 즉시 제압에 들어갔고, 상황은 끝났습니다.

기자가 방금 선보인 건 호신술입니다. '신림동 칼부림' '분당 칼부림' 등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호신술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를 속성으로 배우기 위해 8월 30일, 서울시 강남구 'KKM 크라브마가'를 방문했습니다.

호신술은 괴한과 싸우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함이죠.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출신 구본근 KKM크라브마가협회장은 이를 위해 '방어' '지형지물을 이용한 대응' '구조 요청'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칼을 든 괴한을 만났다면 무섭단 이유로 움츠러들지 말고, 괴한의 가슴과 얼굴을 향해 팔을 앞으로 힘껏 뻗어 밀쳐내야 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붙잡혀 치명상을 입는 것보다 가벼운 부상을 당하더라도 달아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상대를 밀쳐서 생긴 몇 초간 공백은 현장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도망갈 땐 인파 속으로 가 경찰에 신고해야 하고요. 구 협회장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들고 있는 가방이나 주변에 있는 의자 같은 긴 물체로 대응해야 한다"며 "가방 속 물건이 칼을 막는 훌륭한 방패가 되고, 긴 물체는 괴한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보호 장비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위험 상황을 가정해 배운 호신술을 써봤습니다. 괴한 역할을 맡은 남채원 교관이 칼로 찌르려고 하자 가방을 방패 삼아 막았습니다. 곧바로 얼굴 방향으로 가방을 던지자 남 교관은 쓰러졌고, 이 틈에 기자는 도망갔습니다. 또 주변에 있던 의자로 괴한이 다가오는 걸 막기도 했죠. 의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찌르는 시늉까지 하자 괴한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호신술로 저 자신을 보호한 겁니다.

물론 호신술이 꼭 만능은 아닙니다. 구 협회장은 "칼이 몸에 5㎝ 박힐 것을 2㎝로 줄여 사망할 확률을 낮추는 게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또 무조건 호신술에 의존하지 말고 평소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다니거나, 호신용품을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답니다.

→ 길을 가다가 괴한을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안전하게 길을 다닐 수 있는 행동 요령을 익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