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왕 이종환

우리나라 최고령 기업인이었던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이 13일, 100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어요. 이 회장은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측 학도병으로 끌려가 전쟁을 몸으로 직접 겪었어요. 1945년 광복 후 고향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서울로 올라와 생필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어요.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사출기 1대를 구해 바가지나 컵을 만들어 팔았죠. 이렇게 시작한 삼영화학공업사가 지금은 삼영산업, 중공업을 포함하는 주식회사로 성장했어요.


개발왕 이종환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는 데 앞장섰죠. 포장용 필름 기술을 개발하는 데 인력과 자금을 쏟아부었어요. 삼영화학공업은 국내 최초로 음식을 싸는 투명 비닐랩을 개발할 수 있었죠. 전기차에서 전기를 저장하거나 방전하는 장치인 커패시터에 쓰이는 필름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답니다. 전 세계에서 넷째로 개발한 초초고압 애자* '고려애자'도 이 회장의 작품이에요. 덕분에 폭염과 비바람에도 전선 무게 수십톤을 견디는 초초고압 애자를 수입할 필요 없이 국내에서 제작해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초초고압 애자: 거대한 송전탑에 매는 절연용 지지물.

기부왕 이종환

이 회장은 기부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한 기업인입니다. 전 재산을 털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만들었죠. '개인의 명예와 이익,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보다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이공계가 우선'이라는 이 회장의 소신을 담아 장학생의 80%를 과학 분야에서 선발해요.

장학 재단을 세운 이유에 대해 그는 자서전 '정도(正道)'에서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라고 했어요.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그냥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손에 가득 채운 뒤에 그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이 회장의 통 큰 기부에 2020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 출신 장학생은 1만 명을 넘어섰어요. 10억 원으로 시작한 재단 운영자산은 1조7000억 원을 돌파했죠. 국내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장학재단입니다. 재단 장학금 덕에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750명이나 되죠. 7월 14일에 열린 2023학년도 관정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장학생 448명에게 장학금 총 130억 원을 지급했어요. 3일간 치러진 그의 장례식은 그를 존경했던 사람들의 조문이 끊이질 않았어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던 그의 삶이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답니다.

→ 이종환 회장처럼 두 손을 가득 채워 나눔을 실천한 기업인은 누가 있을까요?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