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이 떨이" "지금부터 사과 여섯 개 만 원, 딸기 세 팩에 만 원씩!"

3월 20일 오후 3시. 서울 경동시장에는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인파가 붐볐어요. 한 끼 밥값이 1만 원이 훌쩍 넘고 사과·배 등 주요 과일마저 금(金)값이 된 요즘, 경동시장에 놓인 가격 팻말에는 1만 원이 넘는 품목이 없었어요.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은 종류별로 1000~2000원을 웃돌았고요. 빵집 옆 수제 튀김만두집에 줄지은 손님이 연달아 "만두 다 팔렸어요?"라고 묻자, 만두집 사장은 이미 다 팔렸다고 해 아쉬움을 샀죠. 주말도 아닌 평일이었는데 말이죠.

청과물 시장에선 상인들이 연신 파격적인 가격을 외치기 바빴어요. 예컨대 상추 등 주요 채소류는 1000원부터 시작했고요, 감자와 고구마는 각각 3000원, 5000원이었어요. 사과는 5·6개, 딸기는 1㎏, 망고는 5개가 1만 원에 팔리는 등 가격이 폭등한 국내산 과일부터 수입 품목까지, 그야말로 '떨이'였죠.

대형 마트 등에서 사과 10개당 가격은 3만 원대로, 1년 전(2만3063원)보다 30%가량 올랐어요. 그래서인지 동네 마트를 두고 장을 보러 먼 곳에서 경동시장을 찾는 사람도 많았는데요. 경기도 분당에서 온 박 모(45)씨는 "보통 쿠팡이나 동네 마트를 이용해 장을 봤는데 채소와 과일 가격이 너무 올라서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며 "생각보다 너무 저렴해 많이 샀는데 집까지 다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어요. 식사 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다양한 연령대가 즐비한 시장 내부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된 순대집과 분식집, 통닭집이 보였어요. 가게 주변에는 긴 대기줄이 이어졌는데요. 순대 1㎏이 단돈 4000원인 순대집을 찾은 대학생 이 모(23)씨는 "학교 주변 상권도 요즘은 너무 비싸서 잘 안 가게 된다"며 "요샌 경동시장 내 오래된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했어요.

동대문구 제기동부터 용두동까지 걸쳐 있는 경동시장은 면적만 약 23만5500㎡로, 서울에 있는 전통 시장 중 규모가 가장 커요. 서울의 동쪽에 있어 '경동'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경기도와 강원도 주민들이 교통의 요충지였던 청량리역 부근에서 농산물, 토산품이나 특산물을 내다 팔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어요. 1960년대부터는 한약재를 취급하는 상인들이 이곳에 모여들면서 전국 거래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약령시장)도 자리 잡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