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현지 시각), 네팔 정부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Mount Everest)에 올라가려면 용변을 담을 수 있는 '배변 봉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어요. 에베레스트에 사람의 배설물이 넘쳐나자,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나온 대책이죠. 문제는 에베레스트엔 배설물뿐만 아니라,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어마어마하다는 거예요.


에베레스트에 배설물만 3t… 해충 번식·수질 오염 초래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 국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높이만 해발(海拔·해수면으로부터 계산해서 잰 육지나 산의 높이) 8848m로, 여의도 63빌딩을 위로 35개 넘게 쌓아 올린 정도랍니다. 그만큼 세계 각국에서는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매년 등반객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면 평균 2주 정도 산에 머무르는데, 등반 시작점 근처 베이스캠프(등반객들이 정상에 오르기 전 일정 기간 잠시 머무는 간이 공간)에만 화장실이 있어요. 따라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면 낮은 고도에서는 주로 땅을 파서 화장실로 사용한답니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쌓이거나 땅이 굳어서 따로 땅을 파지 않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죠. 극도로 낮은 기온 때문에 에베레스트에 남겨진 배설물은 분해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쌓여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쌓인 배설물은 약 3t(톤)에 달하죠. 분해되지 않은 배설물은 해충이 번식하도록 돕기 때문에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어요. 또한 배설물에서 나온 해충은 물속으로도 유출돼 수질 오염을 일으키죠. 실제 등반가들은 눈과 얼음을 녹여 식수로 사용하는데요. 환경단체 에코 에베레스트 익스페디션(Eco Everest Expedition)은 "작년 등반가 중에서만 100명 이상이 배설물 등 오염된 식수 섭취로 인해 복통과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어요.

에베레스트까지 점령한 미세 플라스틱… 동식물 영향은?

플라스틱 등 쓰레기양까지 더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작년에만 해발 6000m에 자리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총 75t의 쓰레기가 발생했는데요. 그 무게는 매년 10t씩 늘고 있어요.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온다고 해요. 미세 플라스틱은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밀도가 낮고 가벼워 공기를 통해서도 쉽게 이동하죠. 미세 플라스틱은 지난 2020년 에베레스트 정상 지점의 눈 표본에서 처음 발견됐고, 매년 검출되고 있죠.

미세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 않고 물과 토양, 공기 등에 피해를 주는데요. 물과 토양에 흡수된 미세 플라스틱은 더 이상 식물이 자랄 수 없도록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죠. 또 에베레스트에 서식하는 원숭이, 매, 양, 야크 등 야생 동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물과 먹이 등을 먹고 집단 폐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요.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산을 오를 때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산에 오를 때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가방이나 주머니에 챙기는 게 좋아요. 크고 작은 봉투를 여분으로 갖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모으면 환경을 지킬 수 있죠. 이 외에도 씹는 치약 등을 이용해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사탕수수 같은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챙겨 가는 것도 방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