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아기 고릴라는 태어난 지 4개월 된 '자밀라(Jameela·암컷)'입니다. 자밀라는 서부고릴라(Western Gorilla)의 아종(亞種)*인 서부롤런드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로,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는데요. 자밀라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고릴라가 아닌 사육사와 의료진의 품에 안겨야 했어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자밀라'는 스와힐리어로 '아름답다'라는 뜻인데요. 1월 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동물원에서 아기 고릴라 '자밀라'가 응급 제왕절개(帝王切開)* 수술로 태어났습니다. 제왕절개는 산모의 배를 절개해 태아를 꺼내는 수술법이에요. 수술을 하지 않고 태아를 출산하는 자연분만과는 달리 절개를 통해 태아를 꺼내기 때문에 인위적인 방법이죠. 고릴라 등 영장류의 출산 과정은 인간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자밀라 또한 산부인과와 마취과, 신생아과 등 일반 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 팀의 구성 아래 수술이 진행됐는데요. 원래는 2월 초 자연분만을 앞두고 있었으나 엄마 고릴라 세카니가 임신중독증*으로 생명이 위급해지자 급하게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졌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엄마 고릴라 세카니도 건강을 되찾았고, 4~6주 일찍 태어난 자밀라 역시 의료진의 노력으로 회복에 성공했어요. 문제는 엄마 고릴라 세카니가 자신의 새끼인 자밀라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조련사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마 고릴라 세카니는 자밀라를 피하거나 무시했죠.

대부분 동물은 자연분만을 통해 자신의 새끼를 품에 안습니다. 산통과 함께 정신없는 상황에서 어미가 양수와 분비물이 묻어있는 새끼를 직접 핥아주고, 탯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 이 아이가 내 아기구나!" 하고 인식하죠. 모든 동물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새끼를 못 알아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밀라의 엄마 세카니는 끝까지 자밀라를 알아보지 못했어요. 수술을 진행한 의료진은 제왕절개로 자신의 새끼를 알아보는 특정 호르몬에 신호가 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요.

어미 고릴라의 손길을 받으며 자라게 해주고 싶었던 동물원 사육사들은 자밀라의 엄마가 될 수 있는 후보 고릴라를 찾기 시작했어요. 동물원에서 같이 생활하던 다른 어미 고릴라 세 마리에게 자밀라의 입양도 시도했지만 실패했죠. 포트워스 동물원 조련사들은 대리모(代理母·다른 암컷이 낳은 새끼를 거둬 기른 경험이 있는 동물) 경험이 있는 암컷 고릴라를 보유한 동물원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3월 28일, 자밀라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메트로파크 동물원에서 대리모 고릴라와 만났는데요. 다행히 4월 10일 동물원 측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밀라와 새로운 엄마 프레드리카(Fredrika)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가족이 돼가는 중"이라고 했어요. 프레드리카는 자밀라를 처음 보자마자 자기 자식인 듯 자신의 등에 태우고 다니는 등 자밀라의 따듯한 엄마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사육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답니다. 머지않아 자밀라도 다른 고릴라처럼 엄마 품에서 행복하게 잠들 수 있겠죠?

/아이클릭아트

개와 고양이도 제왕절개를 하면 새끼를 못 알아볼까?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하는 요즘, 제왕절개 수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요. 있다고 해도 동물의 목숨이 달린 위급한 상황에서만 이뤄지는데요. 이상철 수의사는 "제왕절개 수술을 한 개와 고양이 대부분은 수술로 인한 통증과 마취, 후유증으로 3~4일 정도는 자신의 새끼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기 몸이 회복되면, 대부분 자신의 새끼라는 사실을 인식한다고 했죠. 하지만 간혹 자밀라처럼 자신의 새끼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