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째 구리(Copper) 가격이 빠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구리는 금이나 은과 달리 지구 곳곳에 매장돼 있어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건설 ▲전력 ▲자동차 ▲정보 기술(IT) 등 주요 산업 분야의 필수 금속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요. 예컨대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컴퓨터 속 반도체 등에 모두 구리가 들어가죠.

산업 곳곳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구리 가격은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답니다. 구리값의 변화가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그런데 최근 구리 가격이 빠르게 오른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때문인데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이 생성형 AI 개발에 나서면서 이를 만들 수 있는 시설 또한 늘리고 있거든요. 그 시설이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개에 달하는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인데요. 데이터센터에는 데이터를 전송하고 관리하는 '전선'이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전선들은 모두 구리로 만들어지죠. 구리는 전도성(열·전기 전달력)이 높은 금속입니다. 쉽게 부식되지 않고 내화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도 뛰어나죠. 유연성(쉽게 늘어나는 성질)이 탁월해 전선을 만드는 데엔 최적의 재료죠. 전기를 통하게 하는 금·은·알루미늄 등이 있지만, 전도성은 구리가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대체할 수 없어요. 구리와 비슷한 금속인 알루미늄의 경우, 구리에 비해 가볍고 가공하기도 쉬워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도성은 구리의 60%밖에 되지 않죠. 구리가 다른 금속보다 전기를 잘 통하게 하기에 전선을 만드는 데 구리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겁니다.

구리값은 올해 초 8200달러(약 1132만 원)에서 출발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4월 15일 구리는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9457.5달러(약 13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답니다. 구리값 상승세에 LS전선, 대한전선 등 우리나라 전선 기업 매출도 올랐답니다.

*선행지표: 경기(景氣) 변동에 앞서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변화를 예측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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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훈풍에 구리값 급등… 풍산·LS·대한전선 함박웃음
〈조선일보 2024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