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혀로 맛을 느끼는데요. 쓴맛이 나는 감기약을 먹으면 인상을 찌푸리게 되고 단맛이 나는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건 혀에 있는 미세 신경 세포가 아닌 우리 뇌 속 신호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4월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밝혀졌어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은 뇌가 쓴맛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인 'TAS2R14'라는 수용체(受容體·호르몬과 반응해 세포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에 주목했어요. 쓴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수용체인 TAS2R14에 다가가 자리를 잡는다는 사실을 포착했기 때문이에요.

혀의 표면에 있는 돌기에는 세포가 50~150개 있는데요. 얼핏 보면 양파처럼 생긴 이 세포에는 미각수용체 단백질이 박혀 있답니다. 미각수용체 단백질 중 하나인 TAS2R14은 무려 100가지 이상의 쓴맛을 구별할 수 있는 민감한 수용체예요. 예컨대 쓴맛이 나는 감기약에 들어간 화학물질이 TAS2R14에 달라붙는 거죠. 이때 이 화학물질은 TAS2R14의 동그란 단백질 모양을 뾰족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뇌의 전두엽에 자리한 미각 피질로 쓴맛의 신호를 보내요. 이 신호를 받은 뇌가 쓴맛을 분석하고 기억을 저장하게 되는 거랍니다.

한편 강한 단맛이 쓴맛을 없앨 수 있는 원리도 발견됐는데요. 보통 쓴 약을 먹고 나면, 단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으면서 쓴맛을 없애곤 하는데요. 한국뇌연구원은 단맛을 인식하는 미각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주변의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미세 신경세포의 활동마저 둔하게 만들어 쓴맛을 잃게 한다고 분석했어요. 연구 결과는 4월 18일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에 게재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