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우주 연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어요. 지구가 뜨거워지자 빙하가 녹아 남극 운석마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운석은 우주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요소예요.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빙하학 연구팀이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운석 소실 수준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0.1℃ 오를 때마다 빙하 표면의 운석은 최대 약 1만2000개 손실됐어요. 탄소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21세기 말까지 남극 운석 최대 30%가 사라질 전망이고요.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매년 운석 약 5000개가 소실되는데, 이는 남극에서 연간 평균 수집되는 운석의 5배에 달해요. 운석을 돈으로, 수집을 적금이라 비유하면 마이너스 통장이 되는 겁니다.

운석은 왜 남극에서 많이 발견될까?

운석은 1년에 4만t(톤)씩 지구에 떨어집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 약 8만 개 중 60% 이상이 남극에서 수집됐죠. 남극 대륙(Antarctica)에서 발견된 운석을 '남극 운석(Antarctic Meteorite)'이라고 하는데요. 유독 남극에서 운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로 떨어진 운석 대부분은 바다로 가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고, 색이 어두워 쉽게 구분하기도 어려운데요. 새하얀 극지에선 운석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또 남극 대륙을 덮고 있는 빙하(氷河·흘러내리는 얼음)는 움직이면서 운석을 특정 장소에 축적하고요. 빙하는 낮은 곳을 향해 서서히 흘러요. 빙하가 산맥에 가로막히면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해수 표면으로 용승(湧昇)하는데요. 위로 올라온 빙하는 거센 남극 바람과 강렬한 햇빛에 의해 깎이고 증발해 사라집니다. 이때 표면의 하얀 눈은 벗겨지고 높은 압력에 의해 다져진 푸른색의 빙하인 청빙(Blue Ice)이 드러나죠. 남극에 떨어진 운석은 빙하에 갇혀 함께 이동하다가 청빙에 모이는데요. 운석을 모으는 빙하와 하얀 배경의 남극이 운석을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인 겁니다.


운석, 우주 환경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

운석은 우주에서 날아와 대기권을 통과해 지구나 행성에 떨어진 돌을 의미해요.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먼지, 소행성 파편 등으로 구성돼 있답니다. 운석 자체가 우주에 대한 정보를 담은 표본인 거죠. 남극 운석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것보다 천문학적 가치가 더 커요. 극지 특성상 운석이 다른 요소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적어 다른 지역의 운석보다 떨어졌던 상태에 가깝게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남극 운석은 언제부터 조사됐을까요? 1912년 호주 남극 탐사팀이 처음으로 남극에서 운석을 발견했어요. 이후 일본이 1969년에 운석 9개, 1974년에 운석 30개를 발견하면서 1976년부터 세계 각국이 남극을 탐사하며 운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미국 애리조나대는 남극에서 발견한 화성 운석을 분석해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도 극지연구소 주도로 2006년부터 남극 운석 탐사대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14년엔 가로세로 각 21㎝, 높이 18㎝, 무게 11㎏인 대형 운석 '카보네이셔스 콘드라이트'를 발견했어요. 태양계 생성 과정의 초기 물질들을 포함한 이 운석은 태양계 생성 과정을 알아낼 단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