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편의점에서 컵라면·햄버거·핫바 등을 먹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들은 칼로리가 높고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정크푸드(Junk food)'에 해당하는데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정크푸드를 자주 섭취할수록 학습과 관련이 있는 기억 능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뇌, 행동 그리고 면역학' 5월 호에 발표했어요.

연구진은 성장기에 지방과 당분이 많이 들어간 햄버거·피자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는 것이 뇌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 물질에 집중했어요. 아세틸콜린은 기억력을 좌우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요. 아세틸콜린이 부족할 경우 기억력 장애를 비롯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요.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지방과 설탕이 많은 정크푸드를 먹을수록 아세틸콜린 수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대다수 환자의 뇌에는 아세틸콜린 수치가 낮은 경향이 있는데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뇌 질환으로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거나 사람 이름도 까먹는 등 기억 장애가 대표적 증상이죠.

연구진은 기억력과 아세틸콜린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정크푸드를, 나머지 그룹은 정상적인 식단을 섭취하게 했습니다. 그다음 두 그룹에는 쥐가 평소 놀던 장소에 새로운 물체 하나를 추가해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정상적인 식단을 한 쥐 그룹은 새로운 물체에 금방 적응해 평소처럼 활발히 놀았어요. 하지만 정크푸드를 먹은 쥐들은 이전에 어떤 물건을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아세틸콜린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며 "지방과 설탕이 많은 음식을 먹으며 자란 동물에게선 아세틸콜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