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와 무분별한 어업 이외에도 푸른 바다를 위협하는 게 있어요. '기름 유출'인데요. 선박이 침몰하거나 원유가 새어나와 바다가 까맣게 물든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 이후 매해 평균 258건에 달하는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요. 바다에 떠도는 기름(원유)이 퍼지면 기름 속에 있는 화학 성분이 바닷물로 스며들어 해양 오염은 물론, 해양 생물의 생명에도 지장을 주는데요. 호주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 해역 일대에 사는 펭귄을 기름 유출 사고에서 보호하고자 스웨터를 입히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큰 펭귄 서식지 필립 섬의 '펭귄 지키기' 프로젝트

쇠푸른펭귄(Eudyptula Minor)은 현존하는 펭귄 가운데 몸집이 가장 작아요. 평균 30㎝ 정도로 크기가 작아 요정 펭귄(Fairy Penguin), 꼬마 펭귄(Little Penguin)이라고도 불리죠. 날씨를 좋아해 온화한 지역인 호주 남부와 뉴질랜드 해안가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데요. 호주 멜버른 남동쪽에 위치한 필립 섬(Phillip Island)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쇠푸른펭귄이 살고 있어요. 약 4만 마리의 쇠푸른펭귄이 이곳에서 무리지어 살고 있죠. 필립 섬은 섬에 사는 쇠푸른펭귄을 지키기 위해, 20여 년간 스웨터 입히기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어요. 크고 작은 기름 유출 사고로 한 번 바다에 스며든 기름은 제거하기가 어려워요. 실제로 흘러내린 기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되는 경우도 있고요. 기름 유출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생명 피해를 줄이고자, 손수 짠 스웨터를 입히기로 한 거죠.

쇠푸른펭귄에게 스웨터는 체온 지켜주고 생명 보호하는 '이불'이에요

펭귄 깃털에는 특별한 기름이 묻어 있어요. 쇠푸른펭귄도 여느 펭귄과 같이 꼬리 위쪽 샘에서 나오는 기름을 부리로 온몸 깃털에 발라요. 물에 덜 젖도록 하거나 물이 묻어도 얼어붙는 걸 방지해 체온을 유지하죠. 문제는 원유가 펭귄에 닿으면, 원래 펭귄 깃털에 있는 기름을 녹여버린다는 거예요. 물에 쉽게 젖은 쇠푸른펭귄의 경우 다른 펭귄보다 몸집이 작기에 '꽁꽁' 얼어 저체온증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또 자기 몸에 묻은 독성 기름을 핥다가 생명이 위험해질수도 있고요. 그런데 스웨터를 입히면 스웨터가 펭귄 털 밖에서 기름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기름 유출에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어요. 실제 2001년 필립섬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구조된 새끼 펭귄 438마리 중 약 96%가 이 프로그램 덕분에 살아 돌아가는 데 성공했답니다. 지금까지 쇠푸른펭귄을 위해 만들어진 펭귄 스웨터는 20만 벌이 넘고요. 현재 호주 펭귄재단은 사람들이 만들어 보내준 스웨터를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해당 수익금은 전액 펭귄 보호 활동에 쓰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