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서울대공원에 살던 시베리아 호랑이 '태백(5살·수컷)'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태백이는 2018년 5월 백두·한라·금강과 함께 4남매로 태어났는데요. 올해 2월부터 변 상태가 좋지 않아 진료를 받아왔어요. 4월 15일, 담도(膽道·간에서 췌장을 지나 십이지장까지 가는 긴 통로)와 간 기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결국 태백이는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눈을 감았어요. 호랑이의 평균수명은 15년인데요. 서울대공원에서는 최근 1년 사이 태백이를 포함해 시베리아 호랑이 세 마리가 평균수명을 넘지 못한 채 숨을 거뒀어요. 2019~2024년(4월 기준)까지는 시베리아 호랑이 13마리가 세상을 떠났고요.

서울대공원 측은 "호랑이 같은 맹수는 몸이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다"며 "맹수과 동물 특성상 정기 검진과 치료가 어렵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애초에 동물 보호법과 관리 시설이 부실한 우리나라로 동물들을 들여오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우리나라는 살아있는 동물을 모아 사육하면서 일반인에게 관람시키는 형태의 동물원(動物園)이 대부분입니다. 광활한 초원을 뛰어놀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이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죠. 드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녀야할 야생동물이 한정된 공간에서 갇혀 지내다보니, 건강으로 직결되는 스트레스가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와요.

아프리카, 미국, 호주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대규모 '국립공원 또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해 야생·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거나 일반 동물원에서도 울타리 없는 사파리(Safari) 형식으로 동물원을 조성해 동물이 자유롭게 뛰놀며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시속 최대 108㎞로 달리는 치타, 사자, 코뿔소, 아프리카펭귄을 포함한 각종 새 등 다양한 동물이 자연과 어우려져 살고 있어요. 동물원 측은 큰 바위로 이뤄진 산과 풀, 강을 조성한 '사자 캠프'에서 사자들이 야생 환경을 느낄 수 있게 했죠. 2023년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파리 파크에서 코끼리를 볼 수 있는 '데니 샌퍼드 엘리펀트 밸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회성이 뛰어난 코끼리는 평소 30~40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특징인데 드넓은 초원을 연상시키는 밸리 안에서 코끼리가 무리지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였어요. 이 외에도 독일과 네덜란드 동물원에서는 아프리카 초원과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동물이 최대한 자연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어요. 찾아오는 관객보다 그곳에 사는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동물원의 구체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