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려요. 첨성대, 석굴암, 대릉원 등 신라 시대 유적이 많거든요. 수많은 유적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가치가 아주 높죠. 그중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동궁과 월지'는 궁궐과 연못이 어우러지고 밤에 보는 풍경이 예뻐 인기가 많은데요. 동궁과 월지에서 한글이 적힌 백자(白瓷)가 무더기로 나왔대요.

백자는 하얀 흙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만든 도자기를 뜻해요. 주로 조선 시대 때 만들어졌죠. 옛 기록에 의하면 동궁과 월지는 935년 신라가 멸망한 이후 사람이 드나들지 않고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들었어요.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물 안에 든다 그래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렸죠. 한글은 1443년에 세종대왕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요. 한글이 적힌 백자가 발견됐다는 것은 1443년 이후 동궁과 월지에 사람이 드나들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한글뿐만 아니라 '龍王 (용왕)'이라는 한자가 적힌 백자 조각들도 여러 점 발견됐어요. 이는 백자가 제사(祭祀)를 위해 쓰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조선 시대 중기인 1600년대 용은 물을 불러오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어요. 농사가 잘될 수 있도록 용에게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사가 치러졌다는 거죠.

한글 '졔쥬'와 '산디'라는 붓글씨가 적힌 백자 조각도 나왔는데요. 졔쥬는 제사를 이끄는 사람인 '제사 주재자(主宰者·어떤 일을 이끄는 사람)'를 뜻하는데요. 이는 당시 용왕과 관련된 제사를 지냈다는 걸 뒷받침하기도 해요. 산디는 아직 무슨 뜻인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경주박물관은 "백자의 소유자 등 사람 이름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