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 사는 11살 김 모 군은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계속 걸었어요. 열흘 넘게 영하 10°C에 달하는 추위 속에서 걷다 보니 힘은 다 빠졌죠.

김 모 군이 걷는 길은 바로 '배움의 천리길'입니다. 이 길은 이름처럼 길이만 '천 리'에 달해요. 천 리는 무려 440㎞ 정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두 발로 걸어가는 것과 같아요. 배움의 천리길은 현재 북한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에 의해 탄생했어요. 김일성 일가는 1945년 이후부터 80년 가까이 절대 권력을 누리며 독재(獨裁)하고 있죠.

1923년, 열두 살 시절 김일성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천 리를 걷겠다고 결심해요. 김일성의 아버지인 김형직은 나라를 이끌어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공부하라고 했거든요. 이에 김일성은 만주에서 평양까지 걸었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이 길을 걷고 돌아와 자국의 높은 경제력을 만들어 냈다고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학생들로 하여금 어린 김일성이 고생하며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 배우라며 충성심을 다지는 목적이 담겨 있죠. 김일성이 행군을 나섰을 때 12세였기에 배움의 천리길에 참가하는 학생 자격도 12~14세로 정했어요. 매년 3월, 천리길 답사에 나서는 이들은 평양에서 출발해 백두산을 지나 중국 국경 앞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요. 꽁꽁 얼어 붙은 눈밭을 걷다 보니 동상(凍傷)에 걸리는 학생도 적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참가를 희망한답니다. 대학 입학이나 취직에도 유리한 '스펙'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누구나 천리길을 걸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사는 지역이 평양이거나, 가족이 국가 기관에서 일한다면 뽑힐 수 있어요. 또 천리길을 걸으려면, 한 달 치 월급 정도의 돈을 회비로 내야 해요. 돈이 없으면 참가할 수 없죠. 이에 배움의 천리길에 갈 수 있게 된 아이들을 비롯해 부모들은 이를 영광으로 여겨요. 몇 년 새 행군지가 추가되기도 했어요. 북한은 이러한 답사 행군을 통해 사상 교육을 강화하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