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스물 여덟살 세라는 마트 문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달려갔어요. 냉동 김밥을 사려고요. 미국 42개 주 560여 매장을 둔 트레이더 조에서 냉동 김밥을 사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김밥 열풍으로 냉동 김밥이 빨리 팔리기 때문이죠. 김밥이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밥에 영양가 높은 채소가 듬뿍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고기와 같은 육류 위주 식생활을 즐기는 미국인에게 유부와 시금치, 당근, 우엉 등 채소 위주로 만든 김밥이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한 거예요. 채소에는 비타민이, 유부에는 단백질이 가득하거든요. 미국에선 최근 육류보다 채식을 즐기는 젊은 층도 늘어 김밥 인기가 더 커졌어요.

냉동 김밥은 일반 김밥보다 맛이 없을 거라는 편견도 깼어요. 식감도 일반적 김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해동해도 갓 싼 김밥처럼 윤이 나고 밥알에서는 찰기가 돈답니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 요인이에요. 냉동 김밥 한 줄 값은 3.99달러(약 5800원) 정도로, 현지 식당에서 파는 일반 김밥(7~12달러)에 비하면 훨씬 싼 편이죠.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에 대한 미국인의 높은 관심도 김밥 열풍에 한몫했고요.

2024년 한국이 김밥을 수출한 금액은 15억9290만 달러(약 2조3200억 원)를 기록했어요. 1년 전보다 21％가 늘어난 건데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김밥의 인기가 치솟자 김밥 재료인 김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어요. 수요(需要)가 급증한 데 반해 생산량은 평소와 비슷해 김 가격이 오른 겁니다. 공급(供給)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죠. 김 1㎏ 가격은 2023년 1199원에서 2024년 2163원이 돼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답니다. 이에 '김값'이 '금값'이 됐다는 말도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