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8년, 고구려에서 내려온 온조 집안이 지금의 서울인 위례성에 나라를 세운 게 백제의 시작이다. 백제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였고, 이를 왜와 가야에 전수해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장인들의 예술 작품으로 유명한 백제를 배경으로 세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기와를 만드는 재령, 유리 공방에서 일하는 가랑, 백제의 혼을 지키고자 하는 당찬 아이 산이. 위례성이 불타고, 사비성이 함락당하는 역사 속에서 세 아이는 어떻게 제 몫을 해내며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삼국사기에서 나온 말로 백제의 검소함과 사치스럽지 않은 문화를 표현했다. 이 책 속 세 단편의 소재가 된 백제의 기와, 미륵사 석탑과 사리 장엄구, 정림사 오층석탑 역시 소박하고 사치스럽지 않은 대표적인 백제 유물이다.

기와는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기본에 충실함'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미륵사 석탑 속 사리 장엄구는 백제 금속공예의 뛰어난 수준을 알게 한다. 정림사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에서 한때 백제의 사회,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다. 유물에 담긴 백제 역사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