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일 아이돌 그룹을 두고 "주객이 전도됐다"는 말이 나옵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J팝 아이돌 문화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꿔놨습니다. 일본을 따라 댄스형 가수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건데요. 한국이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그룹을 잇따라 성공시키자, 이젠 일본이 우리 K팝을 따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미국 진출 노리는 J팝 아이돌

일본이 가장 먼저 내세운 전략은 바로 음악적 변화입니다. 일본은 부족한 채로 데뷔해 점차 성장하는 노력형 아이돌이 많았습니다. 모닝구무스메나 AKB48, NMB48이 대표적이죠. 이런 노선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 겁니다. 일본 음악 전문가 가치(예명·37)는 "그간 내수 시장에만 집중해 해외 진출을 노린 적이 없었는데, 요샌 미국에 진출할 실력파 아이돌을 제작 중"이라며 "곡은 물론, 의상·헤어 모두 K팝 장르와 매우 흡사한 형태"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아이돌 '스노맨'과 '원앤온리'는 "우리 라이벌은 BTS"라며 K팝 장르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K팝 대항마로 꼽히고 있죠.

영어 가사로 된 음원도 달라진 점 중 하나입니다. 기존에는 단어 2~3개 정도 넣었지만 그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거예요. 일본 국민 아이돌 아라시는 2020년, 해외 진출을 목표로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로부터 영어 곡 'Whenever You Call'을 받고 제대로 부르기 위해 발음 교정까지 마다하지 않았어요. 소속사인 쟈니스 관계자는 "세계화를 노린 전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변화 환영해" VS. "체계 다듬어야"

달라진 음악적 색깔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일본 현지에선 "신선하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전문가는 "K팝 따라잡기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입장입니다. 일본 도쿄에서 거주 중인 대학생 A(21·여)씨는 "이전엔 볼 수 없던 다양한 음악 덕분에 좋아하는 팬이 많아졌다"는 반면, 8년 이상 아이돌 트레이너로 근무한 인지웅(30)씨는 "30년 넘게 노력한 한국형 아이돌 시스템을 고작 몇 년 안에 따라잡는 건 무리"라며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기 전까진 미숙한 결과물만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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