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년 전, 원시 지구 '가이아(Gaia)'와 원시 행성 '테이아(Theia)'가 충돌했어요. 이 충돌로 달이 형성됐다고 추정할 정도로 역사적인 사건인데요. 11월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테이아의 잔해가 지구 맨틀에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어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첸위안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45억 년 전 충돌 당시의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며 분석했어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이아와 테이아가 충돌하면서 생긴 두 행성의 물질이 지구 깊숙한 곳에 남아 녹았다가 굳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때 밀도가 큰 테이아 맨틀 물질(TMM)이 가라앉았죠. 즉, 거대한 충돌 후 지구와 테이아에서는 많은 양의 파편이 우주로 튀어 나갔을 뿐 아니라 두 행성을 구성하는 물질이 녹아 합쳐지고 뒤섞이면서 서서히 굳어 현재의 지구 맨틀 구조를 형성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그 단서로 현재 지하 2900㎞ 맨틀 하부에 있는 두 개의 넓은 지역(LLVP)에 주목했어요. 이곳에서는 지진파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든요. 그래서 LLVP의 물질은 주변 맨틀보다 밀도가 2.0~3.5% 높은 것으로 추정돼요. 연구진은 이 고밀도의 물질이 지구와 테이아의 거대 충돌 후 원시 지구의 깊은 곳에 남은 테이아 맨틀 물질의 유물일 수 있다고 보고, "원시 천체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행성을 형성하던 태양계 초기에는 달을 만들어 낼 정도의 거대한 충돌은 흔했다"며 "맨틀 구성 물질의 이질성은 다른 행성들 내부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고 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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