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피카츄는 백만 볼트(V) 전류를 만들어 악당들을 물리칩니다. 그럼 만화영화의 주인공 피카츄처럼 전기를 만드는 동물이 실제로 있을까요? 피카츄처럼 백만 볼트의 어마어마한 전기를 만들 수는 없지만,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의 강력한 전기를 만드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전기뱀장어 ▲전기메기 ▲전기가오리 등은 몸에서 직접 전기를 만들어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에서 서식하는 전기뱀장어예요. 전기뱀장어는 보통 길이 2m까지 성장하는데, 몸의 80% 정도가 꼬리랍니다. 이 꼬리에는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근육이 고르게 분포돼 있어 아주 강력한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기메기는 전기뱀장어와 달리 전기를 만드는 근육이 몸에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있어요. 전기가오리는 몸 양쪽 지느러미 근육에서 전기를 만들어요. 이처럼 동물마다 전기를 만드는 신체 부위가 모두 다르답니다.

그럼 전기뱀장어, 전기메기, 전기가오리는 어느 정도 세기의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전기뱀장어가 만들어 내는 전기는 보통 650~850V로, 말이나 소처럼 덩치가 큰 동물을 기절시키거나 죽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이 220V이니 얼마나 센 전기를 만드는지 알 수 있죠? 전기메기는 약 500V, 전기가오리는 약 400V의 전기를 만들어요. 이들은 이렇게 만든 전기를 이용해 먹이를 잡아먹거나 자신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한답니다.

8V에서 많으면 400V까지 전기를 내뿜는 해양 동물이 있습니다. 400V는 전기차에 사용될 정도로 강한 전기인데요. 일본 남부해와 동중국해, 호주 인근 해양 등에서 살고 있는 '시끈가오리'<사진>는 수심 200m 내외의 연안이나 경사가 완만한 해저의 얕은 바다에서 살고 있어요.

모래가 많은 산호 근처에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헤엄치고 다니며 갑각류 등 무척추동물을 먹고 지낸답니다. 이런 시끈가오리는 400V의 전기를 낼 수 있어 외국에서는 '무감각 물고기'라는 뜻의 넘피시(Numbfish)라고 부르기도 해요. 가오리가 내뿜는 전기 충격이 감각을 잃을 정도로 마비를 일으킨다는 의미죠.

시끈가오리의 전기 원동력은 가슴지느러미의 기저 부위에 위치한 발전기에 있습니다. 등 쪽에는 양극(＋), 배 쪽에는 음극(－)이 있어 몸에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이 전기로 다른 물고기나 천적에게 충격을 주고 자신을 보호하지만, 전기를 자주 사용했을 경우 몸에 쌓인 피로를 다 풀 때까지 한동안 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답니다.

이영호·천석경·이원석·박지희 글ㅣC.L Deux Artistes 그림ㅣ길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