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깨지 마. 엄마 좀 살려줘."

2013년, 김향희씨는 압록강을 건너기 직전 태어난 지 8개월 된 갓난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였어요. 한겨울 추위로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숨을 잔뜩 죽인 채로요. 혹여나 딸이 울면 북한군에게 걸려 곧바로 총살당하기 때문이죠. 김씨는 딸을 업고 차가운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걸을 때마다 찰랑찰랑 나는 물 소리에 식은땀이 흘렀죠. 강물을 얼리는 칼바람에 김씨는 온몸이 칼로 찌르는 듯 아팠지만 비명을 막기 위해 옷가지로 입을 막았어요. 북한에서 탈출해 우리나라로 오기 위해서죠.

북한 황해북도에서 우리나라 인천까지는 자동차로 고작 5분 거리입니다. 2.3㎞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탈북민은 북한군이 분계선(分界線)을 24시간 내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코앞인 우리나라로 쉽게 넘어올 수 없어요. 이에 탈북민 대부분은 북한과 중국을 거쳐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죠. 2012년 겨울, 김지영씨도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압록강을 건넜어요. 김씨는 북한군의 감시를 피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브로커(Broker)'에게 400만 원에 가까운 돈도 줬죠. 브로커는 정보를 넘겨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입니다. 김씨는 동상(凍傷)으로 손톱과 발톱이 다 빠져도 차가운 물속에서 견뎠죠. 물속에 나온 후엔 중국 산속에서 시내까지 1만㎞ 이상을 걸었습니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흙을 나뭇잎에 싸 먹거나 벌레를 잡아먹었죠.

▲ 압록강의 길이는 803㎞이고, 면적은 약 6만3160㎢에 달한다. 전체 면적 중 3만 1226㎢이 한국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으로 꼽힌다. 압록강은 남쪽인 서해로 흘러간다. 압록강을 통해 탈북한 주민들 중 중국이나 태국 등을 거치는 이들이 많다. 두만강의 길이는 521㎞이고, 면적은 약 1만513㎢이다. 중국과 러시아와 인접해 두만강을 건너 중국, 러시아로 탈출하는 이들이 있다.

탈북민이 중국에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끝난 게 아닙니다. 중국 공안(公安)들이 탈북민을 잡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내거든요. 작년에만 중국에서 살던 탈북민 620명이 북송(北送) 당했죠. 이들은 북한에서 노동형, 사형을 당해요. 북한에 있는 그 가족들까지 함께 처벌받는 일도 허다하죠. 공안에 걸리지 않은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도망자' 생활을 이어가요. 아이를 팔아 가짜 중국 신분을 사는 이들도 있죠. 이들의 삶도 고됩니다. 탈북민은 중국에서 감금당하고 강제로 일하기도 하거든요. 중국에서 권력과 돈을 가진 일부 부유층이 탈북민에게 값을 매겨 사거나 팔며 노예처럼 부리죠. 2015년 중국에 도착한 남병철씨는 하루에 5시간만 자고 남은 시간 내내 일만 했는데요. 버는 돈은 일주일에 고작 밥 한 끼를 살 정도에 불과했죠.

사선(死線·죽을 고비)을 넘어 우리나라로 들어온 탈북민은 3만4000명이 넘어요. 작년에만 탈북민 196명이 우리나라로 왔어요. 2년 새 3배 넘게 늘어났죠. 이들은 우리가 당연하듯 누리는 자유를 되찾기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거랍니다. 죽임을 당하거나 가족과 영영 이별할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서는 북한에서 탈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