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아만 있어라. 기억 못 해도 괜찮아."

1989년 11월 9일, 하르트 무트 리히터씨는 숨을 허덕이며 베를린 장벽 앞에 섰습니다. 혹여나 아내가 자신을 못 알아볼까 35년 전 찍은 결혼식 사진도 챙겼어요. 리히터씨는 1시간 넘게 맨발로 뛰어 발이 피투성이가 됐지만, 이 고통마저 느끼지 못할 만큼 기뻤죠. 바로 이날,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아내와 아기를 28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1961년에 세워진 베를린 장벽은 28년 동안 베를린을 동서로 갈라놓았죠. 하지만 11월 9일 저녁, 동독 정부는 사람들이 서독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게 해준다고 발표했어요. 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수천 명의 동독 사람들이 장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어요. 처음에는 두려움과 긴장이 감돌았지만, 곧 사람들은 용기를 내서 밧줄을 타고 장벽을 넘기 시작했어요. 장벽 위로 올라가 서로를 끌어안고, 환호성을 질렀어요.

1990년 7월 1일, 이 사건을 계기로 두 독일은 나라 운영 방식과 화폐를 통합하면서 경제적으로 하나가 됐어요. 이후 3개월 만인 10월 3일, 독일은 공식적으로 하나의 나라로 통일됐답니다. 하지만 이 일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건 아니에요. 서독은 동독에 비해 자유롭고 잘 사는 나라였고, 동독은 공산주의라는 체제 아래 있었죠. 그래서 동독 사람들은 자유롭게 살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답니다. 동독 사람들은 서독이 어떻게 사는지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됐어요. 서독의 자유로운 생활과 풍요로운 삶을 들으며, 동독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독일의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기를 정말 간절히 원했던 거예요.

독일은 통일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땅을 가지게 됐어요. 그 덕분에 인구도 늘어나고, 나라의 생산력(生産力)도 커졌답니다. 서독의 도움을 받아 동독엔 도로, 건물, 학교 등이 새로 지어졌어요. 초콜릿, 소시지, 커피, 나일론 스타킹 등 구하기 어려웠던 제품도 다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답니다. 통일 직후 동독의 생산력은 2년 만에 서독의 30% 수준까지 따라잡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에 1990년 통일 당시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약 2% 정도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매년 2~3% 정도 성장했어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GDP(국내총생산) 기준 전 세계 20위였던 독일이 2020년대에는 GDP 약 4조 달러(약 5000조 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 됐어요. 통일 후 독일의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역시 동독 출신이었어요. 그녀는 2005년 총리가 됐고, 무려 16년간 나라를 잘 이끌었답니다. 독일 통일이 보여준 것처럼, 우리나라도 남북이 하나 돼 더 강하고 번영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