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난 전 모씨는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어요. 열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외진 산골로 이사를 갔지만 농사마저 잘되지 않았어요. 13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전 씨는 삼촌댁에서 자랐어요. 산에 가서 나무를 모으고 시내에 나가 나무를 팔았죠. 나무를 못 구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면 삼촌에게 매를 맞아야 했던 전 씨는 결국 집을 나와 길거리에서 음식을 구걸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어요. 이른바 '꽃제비'가 된 거죠.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탈북과 북송을 반복했죠.

꽃제비는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어린이를 뜻해요. 1980년대 북한 경제난이 심각해지자 길거리에 나앉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린이가 늘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죠. 이곳저곳에서 구걸하다 인근 보호소에 들어온 꽃제비는 주로 7세에서 13세랍니다. 북한의 겨울은 영하 30℃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이지만 난방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죠. 이에 꽃제비들은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베죠. 겨울만 되면 동상에 걸려 발목이 붓고 까맣게 변했어요. 발바닥이 염증으로 벌겋게 곪아 발을 절단하는 이들도 있었죠. 꽃제비들에겐 씻는 것조차 꿈 같은 일이었어요.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을뿐더러 따뜻한 물은 상상할 수조차 없죠.

북한은 그간 배급제를 실행해 왔어요. 하지만 2016∼2020년 탈북한 북한 주민 10명 중 7명(72.2%)이 탈북 전 1년간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밝혔죠.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4년이 넘도록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했어요. 통제가 심해져 탈북민 수가 줄자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졌어요. 주민은 뒷거래를 통해 부족한 쌀을 구했고, 집마다 비축해 둔 쌀은 단속 기관으로부터 빼앗기기 일쑤였죠. 이에 2023년 거리 곳곳에서 방랑하는 꽃제비의 수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답니다. 2023년 쓰레기장, 장마당 등 마을 곳곳엔 헐벗고 굶주린 꽃제비가 널브러져 있었고요. 1990년대 이후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어 죽자 청년 꽃제비의 줄임말인 '청제비'와 노인 꽃제비를 의미하는 '노제비'가 생겨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