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두 동전을 보세요. 같은 동전인 것 같지만 각각 다른 동전이랍니다. 10월 21일, 우리나라 500원 동전 하나로 일본 도쿄가 들썩였어요. 도쿄 한 목욕탕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목욕탕을 들어가기 위해 500엔과 500원을 섞어 냈거든요. 목욕탕 주인은 두 동전의 모습이 너무 비슷해서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어요. 문제는 500엔은 우리나라 돈으로 4500원 정도로, 500원보다 9배나 가치가 높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목욕탕 사장님이 4000원 정도를 관광객으로부터 못 받은 셈이죠.

500원과 500엔을 섞어서 사용한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일어났어요. 1997년, 일본 경찰이 현지에서 수거한 500원 동전만 1만4000개에 달했죠. 500원과 500엔 동전은 크기가 똑같아요. 지름이 모두 26.5㎜입니다. 무게도 두 동전을 들었을 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요. 500원이 7.7g이며 500엔이 7g이죠. 재미난 점은 500원과 500엔 동전이 발행된 시기도 1982년으로 같다는 거예요. 당시에도 두 동전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자판기에 500엔 대신 500원을 넣고 음료수를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어요. 자판기 역시 500원을 500엔으로 인식했죠. 이에 2000년, 일본은 500엔 동전의 디자인을 바꿨어요. 보통 동전에는 바깥쪽에 톱니무늬 칼집이 나 있어요. 이제껏 500원과 500엔은 칼집 수가 120여 개로 비슷했는데요. 새로운 500엔은 칼집을 더 내서 181개로 바뀌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500원과 500엔 동전은 언뜻 봐서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요. 톱니바퀴 수는 달라졌어도 동전에 적힌 숫자 '500'의 크기가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500원과 500엔 동전을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건 바로 앞면 그림이에요. 500원 앞면에는 훨훨 날고 있는 학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 성장하는 걸 의미하죠. 반면 500엔 앞면에는 오동나무가 그려져 있어요. 일본에서는 오동나무가 성공을 상징하는 귀한 나무로 여겨지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