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우리나라에선 대학 입학 시험인 수능이 열려요. 당일 회사들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업무 시작을 늦추고, 시험장 주변을 이동하는 열차와 차량이 통제됩니다. 비행기도 뜨지 못해요. 그만큼 한국에서는 수능은 중요한 국가 행사와 같아요. 대다수 북한 청년에게 대학 입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랍니다.

2017년 탈북한 정 모 군은 북한 최고 의학대학인 평양의학대학에 합격했지만, 어머니가 탈북하는 바람에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어요.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 '입당(入黨·당에 가입함)' 기회마저 잃었죠. 북한에서는 입당해 중앙당이나 중앙기관에서 일하는 게 엘리트 코스예요. 입당을 하려면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요. 북한에서 대학에 가는 일은 평생 안정적인 직업과 삶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해요.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에선 '추천제'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선발해 왔어요. 조선노동당에 속한 간부(幹部·기관이나 조직에서 책임을 맡은 사람)의 자녀나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를 교사가 정하는 형식이죠. 북한은 고교마다 '몇 명 정도 추천할 수 있다'라는 공지를 보내요. 우리나라 고등학교인 북한 고급 중학교에서 학생들은 시험 성적을 토대로 교사의 추천을 받아요. 시험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혁명 등 북한의 역사와 사상을 주관식 서술형으로 써야 하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최종 추천권은 학교가 가지고 있어요. 간부나 부잣집 자녀가 아니면 추천받기도 힘들어요. 뇌물이 오고 가는 것도 만연하죠.

북한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청년은 15％ 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 85％ 학생들은 냄새가 나는 돼지 농장이나 최대 50~60℃에 달하는 뜨거운 지하 광산으로 보내진답니다. 안전모와 장비도 없이 한 달을 꼬박 일해도 월급은 3000원 정도에 불과해요.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1990년대 이후부터 북한은 석탄 광산과 돼지 농장에 매년 500명에 달하는 대학생을 보내고 있어요. 부족한 일손을 젊은 대학생으로 채우려는 거죠. 월급이 부족해서 길거리 생활을 하기도 한답니다.